근본원인분석 – 제퍼슨 기념관 사례

TRIZ에서는 근본원인분석을 아주 중요한 분석기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TRIZ는 왜 그냥 ‘원인분석’이라고 부르지 않고 ‘근본원인분석’이라고 부를까?

TRIZ에서 자주 소개되는 제퍼슨 기념관의 대리석 부식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제퍼슨 기념관의 대리석 부식이 너무 심하다. 몇 년마다 대리석 교체 공사를 하느라 휴관도 해야 하고 공사비도 많이 나온다. 기념관장님이 이 문제를 해결하라는 특명을 내렸다.

첫 번째 질문 : 대리석이 왜 부식되는가?

청소를 자주 하기 때문이다. 청소할 때 쓰는 세제가 대리석과 화학반응을 일으킨다.

그렇다면 대리석을 손상시키지 않는 특수 세제를 개발하면 되겠지? 그런 제품을 찾아서 사오면 되겠지?

분명 그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아이디어를 선택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하위원인을 한번 더 찾아보

자.

두 번째 질문 : 청소를 왜 자주 하는가?

청소 담당에게 물어보니 비둘기 똥이 너무 많아서 청소를 자주 해야 한단다. 청소를 안 하면 냄새가 나고 관광객들이 싫어하니까.

그렇다면 사냥꾼을 고용해서 비둘기를 사냥하면 되겠지? 비둘기가 싫어하는 독수리를 키울까?

분명 그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아이디어를 선택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하위원인을 한번 더 찾아보자.

세 번째 질문 : 비둘기는 왜 우리에게 와서 똥을 싸는가?

기념관에서 대답해 줄 사람이 없다. 우리는 기념관 직원들이지 비둘기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일을 하다보면, 그리고 원인을 깊이있게 탐구하다보면 우리가 모르는 영역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 때 내가 잘 모른다고 해서 탐구를 멈춰서는 안된다. 그러면 내가 아는 영역 안에서만 계속 머무르게 되는 실수를 하게 된다. 나 자신의 잠재력을 스스로 꺾어버리면 안 된다.

비둘기 전문가에게 물어보거나, 우리에게 온 비둘기를 자세히 관찰하면 된다. 세상에는 우리를 도와줄 비둘기 전문가들이 얼마든지 많이 있고, 비둘기에 대한 연구는 남들이 많이 해 놨다. 지식이 모자라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는 인터넷의 시대를 살고 있고, 온갖 지식 검색 엔진과 서비스들이 넘쳐나고, 이제는 인공지능이 우리 대신 찾아보고 공부하고 정리해서 친절하게 알려준다.

비둘기를 관찰해보니 우리 기념관에서 거미를 계속 잡아 먹는다. 주변을 둘러보니 거미들이 참 많다. 아~ 먹이가 많아서 우리 기념관이 맛집이 된거구나.

그렇다면 사람을 고용해서 거미를 잡으면 되겠지? 비둘기 잡는 것 보다는 거미 잡는 것이 훨씬 쉬우니까 이게 더 좋은 아이디어겠지?

분명 그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아이디어를 선택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하위원인을 한번 더 찾아보자.

네 번째 질문 : 거미는 왜 많은가?

비둘기에 대해서도 모르겠는데 거미에 대해서는 더 모르겠다. 하지만 역시나 지식에 대해서는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물어보고 찾아보고 관찰해보자.

우리 기념관에 있는 거미줄들을 열심히 관찰해보니 나방들이 참 많이도 걸려있다. 거미들도 역시나 먹이가 많아서 이렇게 번성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사람을 고용해서 나방을 잡으면 되겠지? 나방이 어디에 알을 낳았는지를 찾아서 그런 걸 제거하면 되겠지?

이제는 독자들 모두 ‘아니오’라고 생각하셨을 것이라 믿는다. 그렇다 아직 이르다. 하위원인을 한번 더 찾아보자.

다섯 번째 질문 : 나방은 왜 많은가?

지식이 없어서 잘 모르겠으니 물어보고 찾아보고 관찰해보자.

주변 동네보다 우리 기념관이 훨씬 밝다. 온 동네 컴컴할 때 우리는 조명을 켠다. 그래서 온 동네 나방들이 다 우리에게 몰려온다.

그렇다. 우리가 불을 일찍 켰고, 그래서 나방이 몰려왔고, 그래서 거미가 늘었고, 그래서 비둘기가 찾아왔고, 그러다가 똥을 쌌고, 그래서 대리석이 더러워졌고, 우리 그걸 청소했고, 그래서 대리석이 부식된 것이다. 결국 대리석을 망가뜨린 것은 우리 자신의 선택이었다. 다만 우리 스스로 그 원인-결과의 경로를 모르고 있었을 뿐이다.

원인분석을 잘 하면 문제해결이 정말 쉬워진다.

여기까지 원인을 밝히느라 아주 고생이 많았다. 이 고생을 하고 나면 나는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 엄청난 것들을 얻을 수 있다.

1) 해결 방향이 다양해진다

세제가 원인이라고 밝히고 원인분석을 끝낸 사람은 해결 대상이 ‘세제’뿐이다. 세제 개발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무조건 개발해야 한다. 대체 세제가 아무리 비싸도 그걸 사야 한다. 우리가 가진 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니라 그냥 더 비싼 부품과 대안을 선택해서 문제를 피하는 꼴이다. 원인이 1개인 사람은 무조건 그 원인과 싸워서 이겨야 한다.

비둘기까지 원인을 찾은 사람은 어떠한가. 세제를 개발하든 찾든, 아니면 비둘기를 쫓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둘 중에 더 쉽고 빠르고 저렴한 아이디어를 선택하면 된다. 선택지가 많아졌다.

하위원인을 하나 더 찾을 때마다 나에게는 문제를 해결할 방향이 “추가로” 더 생긴다. 아이디어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더 늘어나는 것이다.

2) 해결안 실행이 쉬워진다

하위원인으로 내려갈수록 필요한 변경이 작아지는 경향이 있다. 대게 1차 원인은 고객이나 사용자의 행동이 원인이 된 경우가 많고, 2차 원인은 우리의 시스템 구성이 문제고, 3차 원인은 그 중 특정 모듈이 문제고, 4차 원인은 특정 부품이 문제고, 5차 원인은 그 부품의 특정 물성값이 문제인 식으로 전개가 된다. 고객의 행동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고객은 언제나 무죄다. 우리가 개선할 수 없기 때문에 그냥 무죄라고 믿는 것이 마음 편하고 그것이 현실적이다. 시스템이나 모듈을 변경하려면 여러 이해관계자와 조율이 필요하다. 고객사, 협력업체 등등 엮이게 된다. 하지만 부품을 바꾸거나 부품의 물성치만 변경하는 정도는 훨씬 설계 변경이 쉽고, 변경에 따른 리스크가 작다. 아이디어의 실행이 쉽고 빨라지는 것이다.

3) 문제 재발을 막을 수 있다

눈 앞의 증상에만 대처를 한다면 당장의 문제는 덮을 수 있겠지만 결국 언젠가는 터지게 된다. 아스피린을 먹으면 당장의 두통이 완화될 수는 있지만, 그 두통의 원인이었던 폐렴이 낫는 것이 아니다.

원인을 제거하면 그 결과가 저절로 없어지지만, 결과를 제거한다고 해서 그 원인이 따라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냥꾼을 고용해서 비둘기를 죽이거나 쫓아낸다고 해도 거미가 줄어들지는 않는다. 비둘기가 결과이고 거미가 원인이기 때문이다. 비둘기가 없어졌으니 거미에게는 이 곳이 더욱 천국이 된다. 잡아먹을 나방은 많고, 천적인 비둘기는 없으니 정말 살기 좋은 곳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거미는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옆 동네 비둘기들이 알게 되고 지나가던 비둘기들이 들렀다가 정착하게 되고 그래서 우리 기념관에는 결국 비둘기가 다시 많아질 것이다. 원인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면 그 원인은 예전의 그 결과를 끊임없이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언젠가는 결국엔 다시 문제를 일으키기 마련이다.

내부 부품의 열팽창으로 인해서 외부 하우징이 휘어지는 문제 상황에서, 하우징만 두껍게 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당장은 하우징의 큰 강성이 휘어짐을 견딜 것이다. 당장의 품질은 좋아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열팽창과 그로 인한 힘은 계속 발생하기 마련이고 영원히 반복된다. 이 힘이 누적이 되고 축적이 되면 결국 언젠가 하우징을 변형시킨다. 당장의 품질은 좋아졌지만 결국 장기적인 신뢰성까지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왜냐면 하우징이 두꺼워진다고 해서(결과 제거), 열팽창이 없어지는 것은(원인 제거) 아니기 때문이다.

4) 다음 프로젝트가 쉬워진다

보통 회사에서 한가지 제품을 담당하면 몇년은 그 일을 한다. 인과관계를 정리하지 못하고 개별적인 현상에만 집중한다면 올 해 프로젝트와 내년의 프로젝트는 완전히 별개의 일이 된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인과관계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정리하면서 일을 했다면 내년도 프로젝트는 처음 만나는 새로운 프로젝트가 아닌게 된다. 이미 현상에 대해서 절반 이상은 이해하고 있는 상황에서 출발하는 셈이다. 이렇게 몇년을 누적한 사람은 성장의 속도가 클래스가 달라진다.

이번에 프로젝트 하면서 원인으로 찾기는 했지만 해결하지는 못했던 ‘원인’을 다음 프로젝트로 정해도 좋다. 그렇게 ‘좋은 프로젝트 발굴하기’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이렇게 원인별로 내년, 내후년, 그 다음해 계획을 세우면 그게 곧 중장기 기술개발 로드맵이 된다.

이것이 TRIZ 근본원인분석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이다. 시간을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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