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기업의 딜레마’가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는 다르게 행동해야 하다. 신기술을 내놓는 기업들은 그 딜레마를 놓치곤 하지만, 우리는 절대로 걸려 넘어지지 않을 것이다.
“혁신기업의 딜레마” 서평 by 스티브 잡스
앞서 우리는 혁신기업들이 어떻게 모순을 극복하고 그 과정을 통해 어떻게 돈을 벌고 있는지 여러 사례를 살펴 보았습니다. 물론 모순 극복을 통한 혁신의 사례는 앞으로도 계속 다루어질 것입니다. 다양한 사례의 축적이야 말로 살아있는 학습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모순을 극복하면 혁신을 달성할 수 있다는 공식의 근거는 무엇일까요? 모순의 이론적 배경은 뿌리가 참으로 깊습니다. 헤겔의 변증법도 이야기해하고 아리스토넬레스의 갈등이론도 언급해야 합니다. 우리가 철학의 전문가는 아닌지라 학문적 뿌리를 쫓는 일은 지양하도록 하겠습니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모순을 고민하는 이유입니다. 양립할 수 없는 둘 이상의 요구사항! 둘 다 갖고 싶은데 그게 여러 이유로 안되기 때문에 모순에 빠지는 것 아닐까요? 그렇다면 모순을 극복했다는 것은 둘 다 필요하지만 양립할 수 없었던 것들을 모두 갖게 되었다는 뜻이 됩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거나 적당히 반반 갖는 것은 최상의 결과는 아니지요.
인간은 자고로 모순된 존재입니다. 모두 갖고 싶지만 그 만한 댓가를 치르기에는 망설여지는…
하지만 그게 나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얼마든지 슬기롭게 이 모순을 극복할 수 있으며 그러한 모순 극복 의지야 말로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신기술, 비즈니스 모델을 낳은 원동력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는 모순 극복이 곧 혁신이라는 명제가 참이라는 것에 동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물론 이 글을 읽고 계신 독자라면 이미 동의하고 계시겠지만..).
기업들은 종종 시장이 요구하는 것 이상으로 너무 앞서나가 버릴 때가 종종 있다.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
그렇다면 모든 모순 극복이 곧 혁신을 담보하는 것일까요?
안타깝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기술만을 본다면 모순 해결을 통해 기술이 진일보하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기술의 진보가 늘 사업적 성공을 의미하지는 않으니까요.
키보드는 휴대성과 작업성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흥미로운 진화를 해왔습니다.
휴대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작아야 하지만 편리한 작업을 위해서는 커야하기 때문이죠.
진화의 방향은 역동성을 갖는 것이었습니다. 한번 접고, 두번 접고, 실리콘 같은 탄성 재질로, 결국에는 빛을 이용한 방식까지 등장하기에 이릅니다.
모순과 기술 관점에서만 본다면 훌륭한 진화의 방향이었습니다.
하지만 가상(레이저) 키보드가 시장에서 얼마나 성공했는지는 약간 의문입니다.
여전히 이전 세대의 키보드가 더 많이 사용되고 있는 듯합니다.
물론 기술의 미완성이나 가격이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상 키보드가 가장 간과한 것은 사용자의 감성에 대한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어쩌면 많은 전문가들의 경고처럼 시장은 무시한 채 기술 연마에만 집중한 결과는 아닐까요?
결국 진정한 혁신이란 기술적 성취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시장에서 원하는 방향과 정합하는 혁신이 진정한 혁신 아닐까요?
속도, 성능 모두 중요하지만 비즈니스는 역시 방향이 중요합니다.
돈을 만드는 모순은 고객의 소리와 기술의 소리가 만나는 지점에 있다
TRIZ 전문가 과정 강의 中에서
그렇다면 과연 우리에게는 어떤 모순이 필요한 것일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에게 돈을 만들어 줄 수 있는 모순이어야 합니다.
해결 했을 때 그 결과가 시장과 고객에게 분명한 영향을 미치고 돈으로 환산되는 모순이어야합니다.
세계적 석학,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의 “파괴적 혁신”에 대한 이론을 보면 참으로 느껴지는 바가 큽니다. 시장이 필요로 하는 것 이상으로 기술을 갈고 닥는 것보다 진정 시장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고 그 것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바로 기업들이 정말 중요하고 시급한, 즉 구매를 불러 일으키는 모순 문제를 해결하고 있지 못함을 지적하는 것입니다. 성능의 끝을 보았으나 결국은 시장에서 외면 당한 숱한 기술들, 비즈니스 모델들이 바로 그렇습니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모순을 해결하는 방식입니다.
디스플레이(TV) 기술의 발전 과정은 모순 해결 방식의 차이를 잘 보여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브라운관(CRT) TV는 컬러 화면을 구현하는 독보적인 기술이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전자총, 진공관 등을 사용하다 보니 너무 뚱뚱하다는 것이었죠. 벽으로부터 너무 튀어 나와 공간적으로나 디자인적으로도 이쁘지는 못한게 사실입니다.
이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기술혁신의 방향은 참으로 놀랍고도 흥미진진합니다.
많은 기업들이 얇은 CRT를 만드는데 집중하여 마침내 슬림한 브라운관 TV를 완성합니다. 하지만 기술진화의 방향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점점 더 얇고 멋진 그리고 세련된 디자인의 TV를 추구하며 LCD, PDP 등 평판 TV가 CRT를 대체하게 됩니다.
이 전쟁의 승자는 모두 아실 겁니다.
당연 슬림한 CRT에 주력했던 기업들은 평판 TV에 시장을 내어주게 됩니다.
LCD와 PDP의 기술 경쟁은 역대 재미있는 기술 전쟁에 꼽히는 사례입니다 . 둘다 기술적 모순을 잘 극복한 기술 방식이지만 결국 시장은 LCD가 석권하게 되죠.
모순은 참으로 흥미로운 이야깃거리이며 무궁무진한 소재입니다.
모순 극복 과정은 성공한 기술과 혁신의 열쇠가 무엇인지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이 열쇠들은 우리의 비즈니스를 성공으로 이끌고 누군가는 우리의 성공을 발판 삼아 또 성공해 나갈 것입니다. 마치 끊임 없이 재물을 뿜어내는 화수분처럼!
“낫 놓고 기억자도 모른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실입니다. 세상에 쉬운 건 없죠. 종종 모순은 숨어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시각의 문제일 뿐입니다.
모순을 인식했다는 것은 이미 문제를 반은 해결한 것입니다.
최소한 이상적인 해결 방향은 찾은 것이니까요.
해결책은 찾으면 됩니다. 모순만 잘 정의되어 있다면 반드시 찾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모순 문제 해결의 대가인 TRIZ(트리즈) 창시자 알트슐러의 말을 전하며 이번 글은 여기서 마무리할까 합니다. 여러분에게 이 채널이 화수분이 되길 바랍니다.
우수한 발명은 모순을 극복하고 있으며 창조적 발상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G. Altshuller(TRIZ 창시자, 1926~1998)